김한솔
Hansol Kim
수도권
작가
김한솔은 한국 서울에서 출생하여,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학사 졸업 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한솔은 공간의 물질적 조건과 이미지의 기억으로 인해 감각이 촉발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작가는 선행된 이미지 경험이 현실의 환경에서 발현되었을 때 발생하는 비동시적 감각 풍경을 회화로 표현하며 현실의 물질과 회화를 중첩 시킴으로써 이미지와 물질을 통한 지각의 조건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가상과 현실의 이미지와 감각의 간극에서 생기는 정서적 여운과 미묘한 정동을 포착하며 친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동시대의 변화된 지각의 방식을 환기하는 동시에,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조각 회화
공감각 기억

2000년 생

학력


2025 숙명여자대학교 학사 졸업


나는 세계가 의미로 고정되기 이전, 감각이 먼저 도달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어떤 장면을 이해하기 전, 신체가 먼저 반응하고 그 뒤에 기억과 감정이 형성되는 짧은 시간의 층위가 있다. 특히 실제 공간에서의 감각적 경험과 미디어 이미지 속 장면이 기억 안에서 중첩되며 생성되는 출처 불명의 감각 풍경이 회화 안에서 어떻게 물질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 작업은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이 직접 경험에서 이미지 기반의 간접 경험으로 이동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팬데믹 이후 세계는 물리적으로 축소되었지만, 동시에 미디어를 통해 무한히 확장되었다. 미디어는 더 이상 현실의 대체물이 아니라, 자연과 공간을 인식하는 또 하나의 환경이 되었다. 우리는 광활한 자연, 미시적 구조, 우주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지만, 그것들은 개인의 신체 경험과 분리된 채 기억 속에 축적된다.

이러한 이미지 경험은 일상의 물리적 공간에서 유사한 감각을 마주할 때 호출된다. 현재의 장소와 과거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시간과 공간이 어긋난 비동시적인 감각 상태가 형성된다. 이때 풍경은 더 이상 장소의 재현이 아니라, 이미지·기억·신체 감각이 중첩된 감각적 데이터로 인식된다.

현실 공간에서 발생하는 감동과 감각적 경험은 무엇에서 기인하는가? 그것은 공간의 물질적 조건 때문인가, 아니면 선행된 미디어 이미지 경험의 재활성화인가?                                                                                        

나는 이 질문을 동시대적 지각 환경의 문제로 바라본다. 감각은 특정 장소나 경험에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조합되는 상태에 놓여 있다. 나의 작업은 이 출처 불명의 감각 풍경을 회화 안에서 물질로 구성함으로써, 감각이 형성되는 조건을 가시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나는 이미지가 끊임없이 송출되는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지각의 불안정한 상태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디지털 환경에서 풍경은 점점 납작해지고, 우리는 실제 공간에 있으면서도 화면 속 이미지를 떠올리며 감각을 끌어올린다. 이 상태는 사라진 감각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믿고자 하는 일종의 착시에 가깝다.

풍경 이미지는 가짜임을 알면서도 신체를 설득한다.  우리는 왜 가짜임을 알면서도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이러한 조건에서 나는 회화를 전통적인 평면 회화의 방식으로 시작한다. 캔버스와 오일이라는 고전적 매체를 사용하는 것은 회귀가 아니라, 이미지가 여전히 감각을 조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다. 화면은 특정 장소를 묘사하기보다, 시선의 흐름을 유도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겹쳐지는 면, 불안정한 원근, 드로잉적이고 부유하는 선들은 이미지의 연속적 송출 속에서 발생하는 반최면적 지각 상태를 시각화한다. 관객은 화면을 해석하기보다, 시선이 통과하며 몰입하게 된다. 이때 회화는 깊이를 암시하지만, 그 깊이는 끝내 확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3차원의 세계를 살아가지만, 세계는 점점 2차원적 표면을 통해 인식된다. 나의 회화는 이 모순적인 상태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조각은 이 회화적 상태와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나에게 조각은 신체를 호출하는 동시에, 이미지를 과잉 현실화하는 매체다. 회화가 착시처럼 작동한다면, 조각은 그 착시를 과도하게 물리화함으로써 오히려 거리를 만든다. 나는 시멘트, 아이소핑크 등 물질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재료를 사용해 이미지의 환영과 대비되는 현실의 밀도와 저항을 제시한다.

회화와 조각은 동일한 질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회화이미지에 이입된 상태를 강화하고, 조각은 그 상태를 과잉 현실화함으로써 흔든다. 나는 이 두 매체의 긴장을 통해, 끝없이 갱신되는 현재 속에서 우리가 어떤 감각 구조로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묻고자 한다. 이 작업은 이미지와 물질, 몰입과 거리, 평면과 공간 사이를 진동하며 동시대적 지각 조건을 탐구하는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