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솔
Haesol Bak
광주
작가
박해솔(b.1995)은 parana(파라나)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며 크리쳐를 통해 여성: Female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질문을 던진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 그중에서도 새나 물고기 등의 특성을 유사 인간에 접목해 성 고정관념을 흐려낸다. 이 과정에서 작품 속 ‘유사 여성’은 인간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마녀에서 독자적 삶이 있는 생명체로서 존재하게 된다. 이외에 본인의 자전적 경험과 일부 사회적 장해를 절제한 세계관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화에 담아낸다. 2019년 여성서사 단편만화 교류전 ‘책보’를 주최하여 창작 플랫폼 딜리헙 여성의 날 기획 기사 ‘여성 서사 행사 〈책보〉’로 소개된 바 있다. 예술인 당사자로서 여성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주목하여 여성주의 팟캐스트 ‘여기듣보’의 PD로 활동하고 있다.
일러스트
모큐멘터리 비인간 생물 신화 판타지

1995년생

학력


2022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단청반 기초과정 수료
2017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게임그래픽디자인전공 학사 졸업

주요 단체전


2021 시리얼즈, 레인보우큐브, 서울

수상 및 선정


2021 코로나19, 예술로 기록, 대한민국

출판


2023 해담수인도감, 피알엔크리에이츠, 광주
2021 자연무늬자료집, 독립출판, 서울
2020 탐험가의 수첩, 독립출판, 서울
2020 신발 속 모래알, 독립출판, 서울
2020 혈누인어, 독립출판, 서울
2019 인어 ART 드로잉, 디지털북스, 서울
2019 인어기행문 4, 독립출판, 서울
2019 만약에 사무소, 독립출판, 서울
2018 여름의 눈공, 독립출판, 서울
2018 인어기행문 3, 독립출판, 서울
2018 공오, 독립출판, 서울
2018 인어기행문 2, 독립출판, 서울
2017 청허록, 독립출판, 서울
2017 인어기행문 1, 독립출판, 서울
2017 삼, 독립출판, 서울
2017 파라나 일러스트 아카이브 북, 독립출판, 서울


크리토노토스 갠지스. 그 나방의 사진을 처음 본 날 나는 지구가 약간 싫어졌다. 동남아시아와 호주에 서식하는 북극나방의 일종으로, 꼬리 쪽의 거대한 페로몬 기관이 촉수처럼 튀어나오는 나방이다. 두 갈래로 나뉘면서 검고 번들거리는 촉수는 한 쌍으로 존재하는데, 거기에 길고 얇은 털까지 나있다. 그 나방은 동시에 내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가끔씩 떠올라 검색해서 다시 사진을 쳐다 보거나 사람들에게 ‘이런 나방을 알고 있느냐’며 존재를 알리게 만들었다. ‘이상한’ 것에는 그런 힘이 있다. 생물도 작품도 스토리도, 막연하게 아름답기보다는 어느 정도 이상한 것이 내 마음을 동하게 한다.

대중적으로 귀여움 받는 동물보다는 눈썹이 저절로 찌푸려지고는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것인지’ 의아하게 만드는 생물이 좋다. 아니, 정확히는 신경 쓰인다. 내 작업에는 그러한 취향이 드러난다. 인간과 다른 생물이 결부되고 융합된, 소위 말하는 인외라는 생명체를 창작하고 그려내는 것이 즐겁다. 팔이 두 쌍이거나 촉수가 달려 있기도 하고, 동물의 머리나 연체동물과 같은 신체를 지니기도 한다. 명백히 세상에 살아 숨 쉬지 않을 형태의 이상함이 나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빼앗아 주길 바란다. ‘신경쓰이’기를 바란다.

박물관, 다큐멘터리, 도감에 담긴, 생명체의 생애와 사회에 대한 단적인 설명이 좋다. 이 생물은 어떤 습성을 지녔고, 저 생물은 어떤 걸 주식으로 삼는지, 그들의 사냥 형태나 인간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내 작업에도 그러한 설명이 붙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해담수인도감》에 수록된 창작 생물 ‘Emissarius Ammonis’는 “암몬의 사자(使者)라는 뜻을 지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성한 존재로 간주되었고, 그 존재는 기원후 70년대에 출판된 ‘박물지(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저)’에도 기재되어 있다”는 설정을 지닌다. 같은 책의 창작 생물 ‘밤호롱인어’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지닌다. “그들은 밤에만 활동하며 몸의 반점이 주홍빛으로 점멸한다. 이들은 빛에 모여든 포식자에게 자발적으로 먹혀 들어간 뒤, 위 속에서 꼬리의 맹독성 점액을 분비하는 방식으로 역逆사냥한다. 이미 먹혀 들어간 밤호롱인어는 살아 나올 수 없지만, 남은 밤호롱인어들이 포식자를 먹고 살아간다.” 이러한 설정은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도감을 펼쳐 읽을 때 일러스트 삽화와 습성을 읽는 것만으로 생물의 삶이 눈앞에 그려지듯이, 내가 창작한 생명체도 그렇게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이상하고도 신경 쓰이는 그림과 설정들은 보는 이로하여금 잠시나마 현실로부터 유리되게 한다. 자신의 상식을 의심하고 일상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하는 경험을 초래한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잠깐의 즐거움이나 비일상을 향유하게 한다. 그러한 모든 경험은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와 꼭 맞아 떨어진다. 지금(과 지금의 나)을 잊는 것, 잊음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분리되는 것.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가고 살아남을 힘을 얻는 것.

202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