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연
Hwayeon Park
광주
작가
박화연은 항쟁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 저항의 터전에서 살아오며 느낀 부채의식, 답답함, 허무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작업 안에서 소리를 죽여가며 전해왔다.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생존자들(주위의 이웃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기억과 기록의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개인전 《우리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그리고》(2020, 뽕뽕브릿지, 광주), 단체전 《꽃 핀 쪽으로》(2022, 스파지오 베를렌디스, 베니스) 등이 있으며, 현재는 광주에서 사북을 오가며 80년 4월 강원도 정선 사북 탄광촌에서 시작된 항쟁의 메아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디오 설치
공동체 국가폭력 기억 애도 예술적리서치

1990년생

학력


2017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전공 수료
2012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졸업

개인전


2020 우리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뽕뽕브릿지, 광주
2017 분리되지 않은, 지구발전오라, 광주
2015 간직하고 싶은 순간,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광주

주요 단체전


2022 기억의 파편과 그물들, 관두미술관, 대만
2022 꽃 핀 쪽으로, 스파지오 베를렌디스, 베니스
2021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 구)국군광주병원, 광주
2020 사북 늦봄, 춘천미술관, 춘천
2018 상상된 경계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2관, 광주

레지던시


2019 다오라 레지던스, 광주, 대한민국
2017 쓰시마 아트 판타지아, 나가사키, 일본

소장처


광주시립미술관


나의 작업은 인간에 의해 생과 사가 결정되는 존재들(화분 속에서 방치되어 말라죽어간 식물, 파헤쳐진 숲, 검정 비닐봉지 속에 버려진 하얀 새끼 강아지의 사체, 분쇄기에 갈아져 죽임을 당한 양계장의 수탉, 사육장의 동물들, 소모품과 다름없이 여겨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을 들여다보며 시작되었다.

인간이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을 도구로써 쉽게 누리고 있는 세상에서 ‘나’ 역시 소비되고 방치될 수 있음을 일상 가까이에서 마주한 사건, 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감각하고, 흩어지기 쉬운 이 감각들을 수없이 많은 붓 터치가 쌓이며 완성되는 채색의 기법으로 가시화하였다.

주변에서 소외되어 가는 존재들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점차 1980년 5월 광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이는 나의 어릴 적 경험, 10살 때 망월동에서 ‘일그러진 얼굴들’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과 밀접해 있으며,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무서워 진실을 외면하고 소외시키고 말았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과도 같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일그러져버린 희생자들의 모습은 작업 과정에서 자주 소환되며 오월의 기억(저항, 연대, 애도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역사를 경험했고, 기억하며,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 속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주로 작업으로 이어진다. 항쟁 당사자 혹은 유가족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또 다른 구술 증언을 구하고 사진 자료를 모으며 현장을 찾아 나선다. 각각의 장소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과 풍경들, 별것 아닐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까지도 작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 소외되어가는 항쟁의 생존자들과 애도의 현장에서 마주해 온 많은 시민들이 내게 전해준 기억과 사랑과 삶의 면면을 카메라를 통해 기록하고 (연출하기도 하며) 영상으로 재구성해 사람들에게 다시 전한다. 힘이 약한 개인들의 연대 속에서 나의 작업이나 작가로서 역할이 ‘매개자’, ‘전달자’라는 생각이 커져간다. 혼자만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을 이어가며 점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반면 이 작업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뒤따른다. 익숙한 표현 방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좌표 없는 이 작업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