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
Eunsahn
수도권
작가
은산(b.1990)은 일상의 감각과 기억의 결을 따라 떠오르는 장면들을 평면 위에 옮긴다. 손의 움직임은 작업과 일상, 기억을 잇는 하나의 순환이 되며, 재료는 도구가 아닌 화면을 함께 형성하는 존재로 작동한다. 식물성 염료와 물질의 교감 속에서 시간의 흔적이 작업 안에 스며드는 과정을 탐구한다. 최근에는 회화와 함께 자수 작업을 이어가며, 몸의 호흡과 반복의 리듬으로 언어와 감각을 직조하는 실험을 확장하고 있다. 파리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Bac +3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전시로는 개인전 《불을 밝혀두어》(2026, COSO), 《푸른 도형》(2022, SLIT), 2인전 《내려앉은 은유》(2024, 예술공간 서:로) 등이 있다.
섬유공예 회화
돌봄 명상 순환 자연염료 생태

1990년 생

학력


2015 스튜디오 베르소 패션디자인과 Bac +3 취득
2011 파슨스 디자인 스쿨 패션디자인과 학사 중퇴

개인전


2026 불을 밝혀두어, 코소, 서울
2022 푸른도형, 슬릿, 서울

주요 단체전


2024 내려앉은 은유, 예술공간 서로, 서울
2023 On Paper, 예술공간 서로, 서울
2021 지금, 우리 Material 2, 기묘 아티스트런스페이스, 서울
2020 코소 신진작가전, 코소, 서울
2020 실패전, 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서울
2018 생체실험실 Invivolab 2018:__의 쇼윈도우., 룬트 갤러리, 서울

수상 및 선정


2026 경기 미술품 유통활성화 아트경기, 경기문화재단, 경기


숨을 마시고 내쉴 때, 생각이 떠오르면 ‘떠오르는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나직이 따라 읊는다. 나에게 작업은 봄–알아차림–기록의 결과로, 눈으로 더듬어가며 그리는 대상을 신체의 일부로 끌어와 숨을 불어넣는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처럼, 온몸으로 삶의 흔적을 맞이하고 다시 조용히 작업으로 흘려보낸다.

평면의 질감에 살을 붙이거나 덜어내고, 형상의 경계를 흐트러뜨려 배경과 동등하고 투명하게 읽히기를 바란다. 손끝에 쥔 파스텔 안료가 지문 사이사이에 스며든다. 종이 위에 안료 입자를 문지르며 표면의 마찰과 진동을 조용히 따른다. 자연에서 빌려온 염료를 사용할 때 이 감각은 더 느린 시간과 만난다. 식물에서 얻은 색과 질감을 오롯이 느끼고 옮기는 과정은 나에게 닿은 자연의 어느 한순간에 담긴 시간의 층위와 서사를 읽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자연물질을 염료로 고착시키며, 작업 안에 흘러들어와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느리게 되돌아가는 생의 리듬을 그려본다. 이때 재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화면을 함께 형성하는 존재로 작동하며, 나와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얹고, 지우고, 갈고 꿰매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와 기억들은 생동하는 우연과 만나는 신비로운 경험이다. 화면 위에 겹겹이 번지고 축적되는 흔적은 빛의 잔상으로 나타나며,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시간을 드러낸다. 냇물에 뜬 달그림자, 때가 되면 찾아오는 철새, 어질러진 천 위의 말린 꽃–반복되며 공명하는 일상의 풍경이 그사이를 오간다. 형태와 색, 질감과의 교감 속에서 눈과 손이 일으킨 몰입의 흐름을 타고 떠오른 장면을 마음 한가운데로 모아 손끝으로 흘려보낸다. 마음을 비워내듯 흘려보낸 장면들과 그것을 손끝으로부터 옮기는 행위 속에서, 시간과 물질, 감각이 하나로 겹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곳에 온전히 있다는 ‘깨어남’의 인식은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여기에 있음을 알아차리는 환희의 시간이다. 그 안에는 오래된 아픔과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 그리고 불행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무언가를 붙들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작업은 지금 이곳에 일어나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물질과 함께 잠시 머물게 하는 과정이다. 자수는 이 반복의 시간 안에서 떠오르는 생의 언어를 직물 위에 축적하는 일이며, 회화는 하나의 이미지라기보다, 관계와 감각이 잠시 머무는 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