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레지던시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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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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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8월 입주
집장촌 골목의 초입에 자리 잡은 편의점을 지키던 여자는 빛바랜 초록색 문신이 이마 쪽으로 바짝 올라 붙어 있었다. 그녀의 실제 (존재했던) 눈썹의 위치는 모낭이 사라진 모공의 요철 흔적 때문에 알아 볼 수 있었는데 사실 그 때문에 그녀의 빛바랜 푸른 눈썹 문신이 더 거슬리기도 했다. 거무잡잡한 피부는 항상 정체를 알 수 없는 광택으로 번들 거렸는데 그 번들거림이 어찌나 심했는지 낮게 달린 편의점 형광등이 정확히 그녀의 광대와 각도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마다 하얗게 하이라이트가 카메라 플래시 처럼 터지곤 했다. 매일 쌍가풀 라인을 만들어 붙였을 풀딱지가 말라붙은 눈가는 언제나 풀로 단단히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일 년 가까이 그곳을 드나들며 인사를 건네도 한 번도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여자는 나를 확실하게 미워했다. 집장촌 아가씨들을 대하는 것과 확실히 달랐으니까. 뭐 사실 나도 상관 없었다.
늦겨울 레지던시 일정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늘 그렇듯 샌드위치와 인스턴트 식품을 사러 들린 내게 계산을 하다 말고 샌드위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거 맛 없어요’
난데없는 호의에 당황스러웠으나 재빨리 그녀가 추천하는 샌드위치로 바꾸면서 아마 작게 기침이 났던 것 같다. 그녀는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한번도 카드를 내 손으로 건네 준적이 없었다)
이제 곧 떠난 다는걸 알고 나름의 인사를 한 건지 뭔지 알 수 없다. 다만, 핑크빛 불이 오르기 시작하는 초저녁 그 골목 편의점을 지키던 이상하리 만치 의뭉스럽고 슬퍼보였던 빛바랜 푸른 눈썹이 타인에게 건낸 가난한 호의는 작업중 급한 허기에 샌드위치를 우겨 넣을 때마다 함께 떠오르곤 했다.
그녀가 추천한 샌드위치는 곧 단종 되었다.
(작업노트에 적힌 일기중 부분. 2016)
비가시적인 것이 가시적이 되었을 때, 세상은 그것을 유령이라고 불렀다. 세상은 유령이 어둠속에 산다고 여겼기 때문에 어둠을 두려워 했고, 그래서 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빛들은 세월이 갈수록 화려해 졌고, 크기도 다양해 졌으나 그 빛 때문에 사람들의 눈이 멀기 시작한 걸 눈치 채는 이는 없었다. 사람들이 빛 아래서 눈을 멀기 시작하자 세상은 빛 속에 신이 있다고 속였다. 그러자 눈 먼 사람들은 더 맹렬히 빛을 쫒았고, 결국에는 오직 하얀 것만을 알아 보는 시력을 갖게 되었다. 어둠속에서 숨을 몰아쉬던 이들이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자 하얗게 눈이 먼 이들이 기겁을 하고‘유령이야!’소릴 질렀다.
그것이 저들의 그림자 인지도 모른채.
(God stress you 개인전 준비중에, 작업노트 2020)
기억이 맞다 면 초록색 페인트로 뒤덮인 문 이였다.
막 서른이 되던 해 였고, 그만 살고자 했던, 청춘 한복판의 흔한 작심이 뱃속에 철 기둥처럼 세워져 있었다. 며칠 만에 들어 온 숙소였다. 길을 잘못 들어서 혹시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돌고 있진 않은 걸까 의심될 만큼 같은 풍경만 이어지던 며칠 내내 만난 건 뜬금없이 나타난 맥도날드 하나가 전부였다. 허기를 채우고 언제 다시 문명의 이기를 만날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만난 곳이 모텔 이였다. 넓게 자리 잡은 땅 위에 띄엄띄엄 단층의 나무집이 여러 채 있었고, 입구 쪽에 그보다 조금 더 작은 사무실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싱글룸을 하나 달라고 하자 별다른 말 없이 카운터 위에 열쇠를 하나 올린다. 오렌지 보다 조금 더 붉고 어두운 컬러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던 여자는 매뉴얼 읽듯이 열쇠와 관련된 주의사항을 주었고, 분실 될 경우를 대비한 보증금 50불을 요구 했다. 그깟 열쇠 보증금 치고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토를 달아봐야 또 다른 매뉴얼을 읊을 게 뻔한 상황 에서 의미 없는 일 이였다. 더구나 어짜피 죽기로 작정한 거 아니었나. 조금 있으면 분명히 배를 찢고 터져 나갈 종양 같은 게 온 몸을 부풀게 하고 있었고, 더 이상 헐렁하게 입은 옷 따위로 가려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이 부패하면서 내뿜는 가스는 향수를 뿌릴수록 지독해졌다. 내를 지나는 사람들이 모른 척 지나갔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도 그 냄새를 맡았을 것 이란 걸.
방에는 혼자 누우면 양 옆으로 한 뼘 정도의 여유가 있을 정도의 폭이 얄궂은 침대하나와, 오랜 세월의 때가 반질거리는 (표면이 아마도 처음엔 제법 거칠었을,)나무 책상 하나와, 의자가 전부였다. 그 날 작정을 하고는 침대와 책상 중간 사이에 줄을 하나 엮어 매두었다.그러고는 침대에 벌렁 누워 매듭을 지어놓은 줄을 바라보다 계속되던 오지에서의 운전이 가져온 피로에 눌려 잠들었다. 눈을 뜬 건 어둠이 깊어서 인데 낮 시간에 불을 꺼 둔 상태로 잠들었기에 검은 장막이 내려진 방안의 공간을 입체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손끝의 감각과 방안의 구조에 대한 기억 뿐 이였다. 일어나 불을 켜는 스위치를 찾아야 했는데 애석하게도 스위치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이거 참 잘 된 일이 아닌가. 배를 갈라서 직접 꺼내 볼 용기가 없었건만. 적어도 피가 낭자하는 꼴은 안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가 솟았다. 검은 색종이를 펼친 듯 납작한 어둠이 주는 인자함 이란 그런 것 이였다.
사실 그 날 피가 낭자 했는지 어쨋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튿 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돌아 본 방 문 앞 삐뚤게 걸려 진 녹슨 금속 번호가 401이였다 라는 것과, 따듯한 스튜 같은 것이 먹고 싶었지만 차를 돌려 간 곳이 처음 이 길에서 만났던 맥도날드 였다는 기억 뿐 이다.
사실, 종양이 없어진 뱃속은 이제 소화 시키지 못할 건 별로 없었다만, 서른을 살아 넘긴 자는 그 후 아주 가끔 401호에서 꺼내 버린 것 이 종양 이였는지, 하나 뿐인 장기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허기사, 이제까지 살아 있으니
둘 중 뭐였어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 없는 것 이였을 테지.
(Room.401 전시 준비중의 작업노트 2021)
집장촌 골목의 초입에 자리 잡은 편의점을 지키던 여자는 빛바랜 초록색 문신이 이마 쪽으로 바짝 올라 붙어 있었다. 그녀의 실제 (존재했던) 눈썹의 위치는 모낭이 사라진 모공의 요철 흔적 때문에 알아 볼 수 있었는데 사실 그 때문에 그녀의 빛바랜 푸른 눈썹 문신이 더 거슬리기도 했다. 거무잡잡한 피부는 항상 정체를 알 수 없는 광택으로 번들 거렸는데 그 번들거림이 어찌나 심했는지 낮게 달린 편의점 형광등이 정확히 그녀의 광대와 각도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마다 하얗게 하이라이트가 카메라 플래시 처럼 터지곤 했다. 매일 쌍가풀 라인을 만들어 붙였을 풀딱지가 말라붙은 눈가는 언제나 풀로 단단히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일 년 가까이 그곳을 드나들며 인사를 건네도 한 번도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여자는 나를 확실하게 미워했다. 집장촌 아가씨들을 대하는 것과 확실히 달랐으니까. 뭐 사실 나도 상관 없었다.
늦겨울 레지던시 일정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늘 그렇듯 샌드위치와 인스턴트 식품을 사러 들린 내게 계산을 하다 말고 샌드위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거 맛 없어요’
난데없는 호의에 당황스러웠으나 재빨리 그녀가 추천하는 샌드위치로 바꾸면서 아마 작게 기침이 났던 것 같다. 그녀는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한번도 카드를 내 손으로 건네 준적이 없었다)
이제 곧 떠난 다는걸 알고 나름의 인사를 한 건지 뭔지 알 수 없다. 다만, 핑크빛 불이 오르기 시작하는 초저녁 그 골목 편의점을 지키던 이상하리 만치 의뭉스럽고 슬퍼보였던 빛바랜 푸른 눈썹이 타인에게 건낸 가난한 호의는 작업중 급한 허기에 샌드위치를 우겨 넣을 때마다 함께 떠오르곤 했다.
그녀가 추천한 샌드위치는 곧 단종 되었다.
(작업노트에 적힌 일기중 부분. 2016)
비가시적인 것이 가시적이 되었을 때, 세상은 그것을 유령이라고 불렀다. 세상은 유령이 어둠속에 산다고 여겼기 때문에 어둠을 두려워 했고, 그래서 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빛들은 세월이 갈수록 화려해 졌고, 크기도 다양해 졌으나 그 빛 때문에 사람들의 눈이 멀기 시작한 걸 눈치 채는 이는 없었다. 사람들이 빛 아래서 눈을 멀기 시작하자 세상은 빛 속에 신이 있다고 속였다. 그러자 눈 먼 사람들은 더 맹렬히 빛을 쫒았고, 결국에는 오직 하얀 것만을 알아 보는 시력을 갖게 되었다. 어둠속에서 숨을 몰아쉬던 이들이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자 하얗게 눈이 먼 이들이 기겁을 하고‘유령이야!’소릴 질렀다.
그것이 저들의 그림자 인지도 모른채.
(God stress you 개인전 준비중에, 작업노트 2020)
기억이 맞다 면 초록색 페인트로 뒤덮인 문 이였다.
막 서른이 되던 해 였고, 그만 살고자 했던, 청춘 한복판의 흔한 작심이 뱃속에 철 기둥처럼 세워져 있었다. 며칠 만에 들어 온 숙소였다. 길을 잘못 들어서 혹시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돌고 있진 않은 걸까 의심될 만큼 같은 풍경만 이어지던 며칠 내내 만난 건 뜬금없이 나타난 맥도날드 하나가 전부였다. 허기를 채우고 언제 다시 문명의 이기를 만날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만난 곳이 모텔 이였다. 넓게 자리 잡은 땅 위에 띄엄띄엄 단층의 나무집이 여러 채 있었고, 입구 쪽에 그보다 조금 더 작은 사무실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싱글룸을 하나 달라고 하자 별다른 말 없이 카운터 위에 열쇠를 하나 올린다. 오렌지 보다 조금 더 붉고 어두운 컬러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던 여자는 매뉴얼 읽듯이 열쇠와 관련된 주의사항을 주었고, 분실 될 경우를 대비한 보증금 50불을 요구 했다. 그깟 열쇠 보증금 치고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토를 달아봐야 또 다른 매뉴얼을 읊을 게 뻔한 상황 에서 의미 없는 일 이였다. 더구나 어짜피 죽기로 작정한 거 아니었나. 조금 있으면 분명히 배를 찢고 터져 나갈 종양 같은 게 온 몸을 부풀게 하고 있었고, 더 이상 헐렁하게 입은 옷 따위로 가려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이 부패하면서 내뿜는 가스는 향수를 뿌릴수록 지독해졌다. 내를 지나는 사람들이 모른 척 지나갔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도 그 냄새를 맡았을 것 이란 걸.
방에는 혼자 누우면 양 옆으로 한 뼘 정도의 여유가 있을 정도의 폭이 얄궂은 침대하나와, 오랜 세월의 때가 반질거리는 (표면이 아마도 처음엔 제법 거칠었을,)나무 책상 하나와, 의자가 전부였다. 그 날 작정을 하고는 침대와 책상 중간 사이에 줄을 하나 엮어 매두었다.그러고는 침대에 벌렁 누워 매듭을 지어놓은 줄을 바라보다 계속되던 오지에서의 운전이 가져온 피로에 눌려 잠들었다. 눈을 뜬 건 어둠이 깊어서 인데 낮 시간에 불을 꺼 둔 상태로 잠들었기에 검은 장막이 내려진 방안의 공간을 입체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손끝의 감각과 방안의 구조에 대한 기억 뿐 이였다. 일어나 불을 켜는 스위치를 찾아야 했는데 애석하게도 스위치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이거 참 잘 된 일이 아닌가. 배를 갈라서 직접 꺼내 볼 용기가 없었건만. 적어도 피가 낭자하는 꼴은 안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가 솟았다. 검은 색종이를 펼친 듯 납작한 어둠이 주는 인자함 이란 그런 것 이였다.
사실 그 날 피가 낭자 했는지 어쨋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튿 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돌아 본 방 문 앞 삐뚤게 걸려 진 녹슨 금속 번호가 401이였다 라는 것과, 따듯한 스튜 같은 것이 먹고 싶었지만 차를 돌려 간 곳이 처음 이 길에서 만났던 맥도날드 였다는 기억 뿐 이다.
사실, 종양이 없어진 뱃속은 이제 소화 시키지 못할 건 별로 없었다만, 서른을 살아 넘긴 자는 그 후 아주 가끔 401호에서 꺼내 버린 것 이 종양 이였는지, 하나 뿐인 장기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허기사, 이제까지 살아 있으니
둘 중 뭐였어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 없는 것 이였을 테지.
(Room.401 전시 준비중의 작업노트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