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생
학력
2004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졸업
주요 단체전
2025 환상적 고요: 리바이브, 갤러리 디 아르테, 서울
2024 영역의 모부 II, 갤러리 디 아르테, 서울
거실 책장 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화책에서 비롯된 유산으로, 만화가를 꿈꾸던 유년 시절과 청년기를 지나 텁텁한 현재의 삶을 만화와 교차시키면서 그림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작업은 주로 서브컬처 기반의 소녀 만화 속 이미지를 매개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노스탤지어를 호출하며 현재의 상실을 되새기는 형상화를 시도한다. 별, 하트, 구슬, 머리카락, 안경과 같은 반복되는 도상은 특정한 서사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보다,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지점을 열어두는 장치로 작동한다. 예컨대 서로 무관해 보이는 모티프들은 하나의 시선으로 연결되며, 화면 안에서 분절된 이미지들은 각기 다른 주체의 흔적이자 기억의 파편으로 배치된다. 간혹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잘려 나온 장면을 취하기도 하지만, 이는 선형적 내러티브로 수렴되지 않고 평면 위에 펼칠 수 있는 다원적인 구조를 탐색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화면은 종종 프레임 안의 또 다른 프레임, 혹은 장식적인 요소로 중첩되며 비실재성을 강조한다. 구슬에 매달린 안경 속 이미지나 반복되는 헤어스타일의 장식성은 과거 작업을 변주하거나, 향수의 이미지를 다시 호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동시에 유려하게 흐르는 머리카락, 물결과 지평선, 별과 달이 놓인 풍경은 내면의 정서가 투영된 심리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풍경은 고요와 불안,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상태를 드러내며, 현대의 분열된 감각을 시각화하는 재료로 스며들어있다.
작업 과정에서 생략과 과장, 우연, 투명한 이미지의 중첩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만화적 신체의 곡선을 분해하고 다시 포갠 뒤, 이를 얇은 막이나 장식적 프레임과 병치함으로써 화면은 명확한 실체를 갖기보다 은유의 집합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향수의 재현을 넘어서, 과거의 감각을 현재의 맥락 안에서 다시 조직하려는 시도이다.
‘Dreamer’s Room’, ‘Pensive’, ‘Heart’와 같은 시리즈는 이러한 관심을 확장한 결과물이다. 이 작업들에서 하트, 별, 행성, 끈과 같은 요소들은 감정과 기억의 흐름을 따라 연결되며, 감각의 향수를 형성한다. 분리된 안경이나 불안정하게 놓인 시선은 이러한 공간에 긴장을 부여하고, 화면 속 인물과 사물은 특정한 정체성을 지우거나 흐리며 보다 보편적인 감각으로 남는다.
결국 나의 작업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예컨대, 투박한 장갑을 낀 손으로 하트 모양 실뜨기를 하며 행성들의 궤도를 따라가는 행위는, 지나간 시간을 향한 추모이자 향수의 다른 이름이다. 서브컬처라는 친숙한 문법을 빌려와 현실의 상실을 되새기고, 그 상실의 빈칸을 채워가며 몽상가의 마음이 머물 수 있는 느슨한 거처를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