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비짓 01 울산

스튜디오 비짓

01

울산

확장된 풍경, 순간의 가시화

곽은지

확장된 풍경,
순간의 가시화

광주에서 울산과 부산에 갈 때면 기차가 없어 몹시 아쉽다. 긴 운전 끝에 울산 톨케이트를 보니 얼마 남지 않은 도착에 설렌다. 올해 초 울산의 작은 미술 갤러리인 Sywisy에서 은지 작가를 처음 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은지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빵 냄새로 가득한 아파트 상가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 정갈한 작업실 속 한 가운데 은지 작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작품들은 내실이 강한 은지 작가의 특유 정제된 색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SNS를 통해 작품 이미지만 보다가 이렇게 실제로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현재 울산에 거주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곽은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소진: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곽은지:
울산에서 작업하면서 그림을 안내하고 있는 곽은지 입니다. 주로 회화 작업을 하지만 때때로 프로젝트 작업, 설치 작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김소진:
곽은지 작가님의 작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곽은지:
추상적이고 희미한 존재감을 가진 아이들이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사랑 같은 감정이 될 수도, 바람이나 빛 같은 자연 현상이 될 수도 있고, 제 존재 스스로도 될 수 있어요.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제작했던 Pouring Series 는 우리가 직접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는 존재들이 순식간에 쏟아질때 실체가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을 그린 연작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라 이렇게 제 작업을 소개해야할 때 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것 조차 제가 관심있는 존재들의 속성인 것 같아요. 단어로 붙잡아 둘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끊임없이 경험으로 감각을 되새기는 방식으로 그 존재들을 만날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제 작품이 그런 통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올해 부터는 규칙적인 요소와 불규칙한 요소가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존재가 어느 정도는 가시적이고 체계화된 사회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제한된 의미체계와 그 밖을 넘나들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게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그 사이의 움직임을 화면에 표현하고 싶어요.

It Turns to White, 2023, 캔버스 위에 코어스 모딩페이스트, 유채, 145 x145, 145 x 37 cm

최근에는 쓰는 물감의 물성과 제가 움직이는 운동성, 투명도가 다른 물감이 레이어 되는 것들을 많이 이용해서 화면을 구성하고 있어요. 먼저 드로잉 북에 원하는 느낌의 장면을 구상해보고 어디를 어떤 물성으로 혹은 어떤 레이어로 그릴지 계획을 세운 후 작업에 들어갑니다. 물론 회화작업 특성상 작업하다가 많이 바뀌고, 변수가 많아서 완벽하게 계획대로 되진 않아요. 

저는 시각이나 체계화된 정보로 파악되는 대상보다는 그 외의 감각과 경험으로 인지되는 존재들을 화면 위에서 물질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환영적인 묘사로 지시적인 대상을 전달하는 방식 대신
시각으로 촉발되는 경험적 언어로서
시각 예술을 대하려고 해요.

김소진:
작가님께서는 미술 전시와 아트페어 씬 양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때때로 회화작가로서 ‘작업을 위한 작업’과 ‘판매를 위한 작업’에 대한 양가적인 고민도 하실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곽은지:
판매를 위한 작업을 따로 하지는 않아요. 아트페어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참여하게 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20-30호 사이즈 작품이 있으신가요? 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사이즈들이 가장 어려워서 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제 전시에서는 액자를 하지 않았던 작품들이라도 아트페어를 위해서는 액자를 한다던지 정도의 판매를 위한 편의성을 신경쓰고 있어요. 
제가 그다지 전략적인 사람이 되지 못해서 반응이 좋았던 작품을 더 집중적으로 제작한다 등등은 하지 못하겠어요. 하고 싶어도 했던 작품을 두번 다시 똑같이 못해서 불가능해요.
그저 나의 시각과 표현 방식을 공감하고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소진:
회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작업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곽은지:
가끔 설치 작업을 병행하기도 해요. 회화는 여러단계의 해석과 은유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느린 호흡의 작업이에요. 반면 제게 설치나 프로젝트 작업은 목적성이 뚜렷하고 진행 과정도 투명한 조금 더 직관적인 접근입니다. 그렇기에 조금 더 관객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메세지 전달이 된다고 느껴요. 

<옅은 파동의 크기>(2021)는 제가 입고 있는 의미체계를 모두 벗었을 때 나를 특정지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작업이었어요. 제 평균 맥박 수를 모터의 회전수와 맞추고, 그 모터가 일으키는 물의 파동이 벽면에 환영과도 같은 일렁거림으로 투사되도록 설계했어요. 암전된 공간에서 5분 동안 오롯히 저를 느끼고 가는 것이죠.

《옅은 파동의 힘으로》(2021,갤러리 월) 전시 전경

<물 속에서 움켜쥔 물> 프로젝트(2022)

《물 속에서 움켜쥔 물》 프로젝트 결과물

제가 가진 주제성인 ‘비물질적인 감각’을 다른 분들은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다양한 분들이 각자의 삶에서 각기 다른 포인트들을 공유해 주셨고 그것을 토대로 설치작업을 진행했어요. 

회화는 비교적 재료가 정해져 있는 장르인데 설치나 프로젝트는 재료조차 새롭게 찾아가는 접근이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김소진: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수입을 얻고 계신지 궁금해요.

곽은지:
그림을 그리고픈 성인들을 대상으로 취미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다행히 회화과를 나왔고, 입시를 꽤 오래 했었기에 안내드릴 수 있는 재료나 그림들이 많고, 작업할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업종이라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꽤 만족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이득 때문만은 아니고 가끔 삶이나 일에서 상처를 받고 마음이 힘드신 분들, 몸이 아프신 분들이 배우러 오셨다가 그림으로 덕분에 ‘자신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진 것 같다. 고맙다.’ 라고 말씀해주실 때 느끼는 감동이 무척 커요. 혹자는 추상적이고, 사치품이라고 생각하는 미술이 누군가의 삶의 조금 더 좋게 해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걸 내가 할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김소진:
작가로서의 삶을 유지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곽은지: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과 작업과 가족에게 에너지를 나눠서 써야하는데, 어느 것 하나에 너무 과도한 에너지를 쓰면 작업을 못하게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작업에만 집중해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면 번아웃이 오고 작업이 싫어지기도 해서 작업과 그 외에 쏟는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업의 동기와 다르게 나를 작업실로 불러들이는 것은 설렘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특성상 아이디어를 구상하더라도 정확히 재현은 불가능하기에 ‘오늘 어떻게 작업이 진행될까’ 라는 매 작업 새로운 것을 만나는 설렘이 커요. 그래서 작품도 동일한 구성이 반복되는 것 보다는 새로운 변주를 만드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김소진:
예술 종사자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곽은지:
로스쿨을 다녔던 지인이 동기 중 10년 동안 문학 평론가의 일을 하다가 끊임없이 어떤 틀 안에서 새로운 창조를 해야하는 압박감과 과거 자신의 글이 현재의 자신에게 주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로스쿨로 진학을 한 사람이 있다고 들려줬어요. 그 분은 글을 적는 것보다 공부 범위가 확실한 법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했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공감이 되면서 제가 예술 창작자이구나. 이 길이 결코 쉽지 않고, 끊이 없고, 답도 없는, 하지만 계속 무언가 탐구하고 창작해내야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산의 미술씬과
작가 생활

김소진:
서울에서 오랜 학업과 작업 생활을 하시다가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곽은지:
학업을 마쳐갈 때쯤 사고로 병원신세와 요양시기를 거쳤고. 그 일을 계기로 귀향을 권유받았어요. 무조건 수도권에서 지내야 성공한다라는 생각이 없었기에 울산으로 내려왔던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지역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공모전에 당선되어 전시를 하게 됐고, 우연히 그 전시를 본 원로 작가님이 응원해주시고 동료가 될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을 알음알음 소개해 주신게 큰 힘이 되서 여지껏 작업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제가 내려온 다음 해부터 구에서 관리하는 레지던시도 생기고 문화재단도 생기면서 예술 지원 사업이 다양해졌어요. 공모를 통해 재밌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니까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더라구요. 

김소진:
오랜 타지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역 예술인으로 살아가면서 터득하게 된 노하우가 있다면?

곽은지:
저는 여기가 고향이라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제 얼굴만 신경 써야하는게 아니라 부모님 얼굴도 신경 쓰면서 살아야해요. 직장인에 버금가는 사회성과 안면근육 조절 능력과 인사성이 자라게 됩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내 의견도 피력하는 원만한 대화의 방법을 익히게 된것 같아요. 좁은 사회이긴 하지만 모두와 잘 지낼 순 없는데 그럴 때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훈련이 되는 것 같구요.

무엇보다 저는 완전 집순이고 누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제가 먼저 전화하는 성격은 못되는데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다소 부족한 울산이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심지어 스스로 행사를 만들게 되더군요. 그래야 내가 좋아할만한 재밌는 것들을 할 수 있고 볼수 있어요. 그리고 그런 것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할 동료들을 만들 수 있구요.

김소진:
작가님이 지역 예술씬에서 느끼고 있는 특이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곽은지:
예술대학이 있는 종합대학이 지역 내에 1개 밖에 없고 미술씬이 작다 보니 유입되는 청년작가의 수도 매우 적습니다. 문화재단, 시립미술관, 구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들이 최근 5-6년 새 신설되면서 문화공간이나 인프라들이 좀 생겨나고 있지만 정착하는 예술 관련 인구는 정말 한 손에 꼽히는 것 같아요. 

지역민들이 전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실제로 울산은 2020년까지 전국 시·도에서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었던 도시였고, 중구에서 문화의 거리라고 대구의 봉산문화거리나 부산의 달맞이 고개처럼 개인 갤러리가 모여 있는 지역이 있지만 개인 갤러리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역민들의 다양한 전시 관람 경험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느꼈어요. 

올해 광역시 단위로는 최초로 문화도시로 선정이 되면서 향후 5개년 계획을 발표했어요. 그 중에 지역의 레지던시 사업을 신설, 확장하는 안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역민들이 거주공간 가까이에 예술인들이 생활하고 작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예술과 가까워지도록 하고 청년작가들의 유입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소진:
탈 중심, 로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곽은지:
한국이 유난히 수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발전하고 집중되어 있기에 문화나 예술도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이 넓어 오지가 있거나 도시간 이동이 힘든 나라도 아닌데 이렇게나 문화적인 경험 차이가 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요. 

작업이라는 것은 사실 크게는 작가와 재료(물질적, 내용적)만 있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니깐 이것을 보여주는 것도 어디서든 가능하잖아요. 그것을 관람하는 관람자의 양적, 질적인 차이도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소진:
울산에서 작업을 위한 재료를 주로 구입하고 계신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빈센트 화방(월-금)
울산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미술용품 판매점입니다. 온라인도 운영 중이며, 운영 시간이 저하고는 맞지 않아 자주는 못 가지만 미리 전화 연락 드리고 가면 살짝 늦게까지 오픈도 해주세요. 화방 내 재고가 없는 물건은 문의하면 한국 내 재고 파악도 해주시고 빠른 입고도 해주세요.

✦ 울산 공구상가(월-금)
서울의 을지로만큼은 아니지만 울산에도 여러가지 물건을 한번에 구입할 수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이런 계통의 상가가 형성 되어있어 자석, 나사 등의 철물과 스티로폼, 기타 잡다한 것들을 구입할 수 있어요. 전문적으로 판매하시는 분들이기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구매할 수 있거나 바로 가공을 문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김소진:
울산으로 놀러온 동료 예술인이 있다면 소개 해주고 싶은 특별한 장소가 있나요?

곽은지:

✦ 은행나무정원
저의 최애 힐링 스팟은 태화강 국가정원의 은행나무정원 입니다.
무료 주차에 인구밀도가 말도 안되게 낮고 잘 다듬어진 산책로! (너무 울산 홍보 대사 같네요)
널따란 잔디밭에 우리만 돗자리 펴고 간식 즐기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매일 오후 4시쯤 되면 이 앞의 잔디 정원에 동네 멍멍이들이 집사들과 모입니다. 사실 얘네 보며 대리만족하러 가는 것에 가까워요. 바라만 봐도 너무 평화롭고 귀엽고 아름다워요!

평화로운 은행나무정원

✦ Sywisy
울산의 빛이자 소금입니다. 공간도 아름다운데 창밖의 은행나무도 그림같은 뷰를 선사합니다. 대표님의 취향이 보이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갤러리 입니다.

✦ 마산아구찜 (태화동) (월-토)
매운양념치킨 맛의 아귀불고기가 일품이에요. 콩나물만 잔뜩 있고 먹을 거 없는 다른 가게의 아구찜하고는 비교가 안돼요. 왜냐면 아귀 살코기만 있거든요. 다 먹고 나면 양념에 감자 사리 비벼 먹어야 하는데 맵찔이인 저는 매번 물 마시느라 배불러서 포기하게 되어 너무 아쉬워요.

정말 맛있는 아귀불고기, 꼭 드셔 보시길.

울산 추천 스팟 약도

울산에서
작업하기

김소진:
울산에서 예술인의 창작 지원을 위해 어떤 제도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곽은지:

✦ 레지던시 (남구예술창작촌/북구예술창작촌)
작업실을 얻기 전에 울산을 둘러보고 작업을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울산의 레지던시들을 추천합니다. 울산의 중심가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울산의 현재의 산업구조를 볼 수 있거나 과거의 특색있었던 지역에서 울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작가가 원한다면 소일거리도 하면서 용돈벌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울산 문화재단 청년 예술인 지원 (생애처음 / 창작발표)
울산 문화재단에서는 사업 개편이 많이 되더라도 청년 예술인 지원(생애처음 지원/창작발표 지원)은 유지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 사업인 것 같아요. 졸업제 사업들이기에 생애 1회만 수혜 받을 수 있지만 여러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나 예술인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워크숍을 고민해서 개최 해주셔서 나름 알차다고 생각합니다. 꼭 생애처음 부터 신청하셔야 돼요!

✦ 대관료 지원 사업
울산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작가라면 연내에 개최되는 행사의 대관료를 지원 신청할 수 있습니다.

✦ 중구 문화예술 육성 업종 지원
중구의 문화의 거리에 문화 공간/ 공방 등을 오픈할 경우에는 중구 문화예술 육성 업종 지원액으로 월 30만원의 월세를 지원해 줍니다. 심사를 통과해야 하긴 하지만요.

✦ 도시재생 연계 창작공간 조성 사업
2023년 11월 부터 중구 구도심의 빈상가(유휴공간)를 장기 임대하여 문예창작 공간으로 탈바꿈, 지역 청년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 될 예정이라고 해요. 입주 예술가 간 교류와 전시, 워크숍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창작공간 등 10개 내외의 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김소진:
지역 예술계에서 동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었나요?

곽은지:
저 같은 경우에는 청년지원사업에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계기로 지역내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님들과 활발히 교류하게 된 것 같아요. 작가님들이 진행하는 사업들에 초대받거나 찾아가고 네트워킹 시간에 조금씩 말문을 트게 된 것을 시작으로 따로 만남을 갖거나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면서 친분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 전부터 운이 좋게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님들이 재미있는 일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주셔서 매년 스터디형식의 기획 전시 모임을 하고 있어요.
 
스스로 소극적이고 먼저 사람을 찾아가는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작업은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워크숍이나 네트워킹 행사 등을 참여하고, 전시에 찾아가서 작가님을 만난다 던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게 동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모두가 좋은 사람, 열심히 작업하는 사람에 목말라 있기에 새로운 예술인이 등장하면 손 내밀어 주시고 서로서로 도움을 주세요. 그래서 동료를 만드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김소진:
지역을 떠나 다시 돌아오고 싶으나 고민하고 있는 동료 예술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곽은지:
서울이나 외국의 더 큰 도시에 비해 울산이 문화적으로 척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실제로 예술 관련 인프라나 문화 행사 등 질적, 양적 차이는 매우 크죠. 하지만 울산도 산업구조가 변화되는 흐름을 따라 과거에 비해 문화예술계 쪽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여러 예술 관련 공공기관도 생겨나고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젋은 작가들, 혹은 새로운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요즘 작업은 온라인, 비대면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서 지역이라는 것도 크게 신경이 안쓰일 때가 많아요. 작년에 진행한 <물 속에서 움켜쥔 물> 이라는 프로젝트 작업도 참여 인원의 절반은 울산 지역 내에서 대면으로 진행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해외와 서울에 계셔서 비대면으로 진행했거든요. 

오히려 내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넓고,
자연이 조금 더 가깝고,
인구밀도가 낮아 숨 쉴 틈이 여유로운 삶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는 이런 부분에서는 매우 만족하고 있거든요.

김소진:
울산 미술계에서 어떤 동료들(예술인들)이 더  생겨나면 좋을까요?

곽은지:
모든 방면의 예술계 인적 인프라에 목말라 있어서 누구든 있다면 좋겠지만 기획, 비평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으면 재미있고 양질의 행사가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해요. 아직 지역은 담론이나 기획이 빠진  ‘행사’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라 그림과 관객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공감되는 작가님이 오시면 좋겠어요. 대화를 나누고 전시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은 동료가 생긴다면 지역 미술 생태계에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들이 생길 것 같아요!

김소진:
마지막으로 곽은지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학업을 위해 타지 혹은 외국으로 떠났으나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작업을 꿈꾸는 예술인들에게 힘이 되는 말씀 부탁드릴게요.

곽은지:
울산은 활동하는 예술인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분이라면 눈에 잘 띄게 돼요.
꼭 순수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 기획, 문화 사업 등 모든 분야에서요. 아마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지자체에서도 예술 육성 사업이나 국제예술행사(태화강 국제 설치 미술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같이 문화가 지역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어요. 예술인들이 할 일도, 재밌는 일도 조금씩 더 늘어나고 있으니 내려와서 할게 없을까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저처럼 소극적이고 sns 잘 안하는 사람도 동료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니 외로울까봐 섣부른 걱정 안하셔도 되요. 작업을 혼자 할 수 없잖아요. 칭얼대기도 하고 고민을 나누고 재밌는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동료가 있을거예요. 지역은 항상 사람이 고프거든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