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비짓 05 전주

스튜디오 비짓

05

전주

여성을 연결하는 몸짓

장연호

여성을
연결하는 몸짓

미술계 홍길동처럼 전주, 제주, 인천, 서울 등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바삐 돌아다니고 있는 장연호 작가의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었다. 팔복예술공장 1층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로 향하니 모기장이 쳐져 있는 간이침대, 무엇이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미디어 장비,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 위에 놓여진 랩탑과 빽빽하게 채워진 달력이 눈에 띄었다. 올 초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 입주를 위해 면접 전 잔뜩 긴장하여 고민을 나누었던 그의 옛날 모습과 입주 후 마련된 작업실에서 커피 한잔을 내려주며 우리를 여유롭게 반겨주는 지금의 모습이 중첩되어 작은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연호 작가가 직접 만들어준 고소한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가 시작됐다.

김소진: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장연호:
안녕하세요. 시각예술 작업을 하고있는 장연호입니다. 저는 다양한 관계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현상에 주목하며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퍼포먼스와 콜라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작품 속에서 여러 명으로 복제된 자아를 스스로 연기하는 수행적 퍼포먼스를 통해 정체성과 실존에 대한 탐구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예술이 가진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에 집중하며 여성의 생애주기와 삶에 대한 리서치 기반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소진:
장연호 작가님의 작업 내용과 주요 관심사에 대해 말해주세요.

장연호:
 제 작업은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들로 인해 내면에 가라앉아 오래 머무는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요. 저는 타인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잖아요.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가족, 사회와의 관계 등 그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두려움과 희망, 무력감과 자신감, 소속감과 소외와 같은 상반되고 복잡한 감정들이 몸 안에 쌓여 딱딱한 돌덩이가 되기 전에 꺼내서 그 감정의 형태를 몸으로 감각해 보고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김소진:
지금 전주에 머무시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현재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연호:
여성 호르몬과 생애주기에 대해 계속 연구하는 중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3월부터 초기 작업이 진행되었고 메인촬영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각기 다른 연령, 경험,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미시사를 조명하는 실험적 다큐멘터리로, 여성의 생애주기와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여성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다뤄볼 예정입니다.

또한 8월 말에 동인천에서 2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저를 계속 이끌어주는 교수님이자 사진작가님이 계세요. (천안에 있는 제 모교에서 특강도 하게 해주시고, 원래 개인전으로 예정된 전시도 2인전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몸 하나와 의외의 기분》(2024, 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

전시장 앞의 장연호 작가님과 임안나 작가님

교수님은 특정 사진계에서 진행되는 누드 촬영대회를 오랜 시간 관찰하며 촬영해 오셨다고 했어요. 그 이미지들을 어떻게 세상에 내보이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제가 몸과 여성 신체에 관해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셔서, 같이 전시를 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교수님 본인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편향된 시선으로 납작하게 다뤄지는 것을 우려하셨는데 저와 함께하면 몸과 신체에 대해 좀 더 폭넓고 깊은 이야기를 다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죠. 그래서 2인전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김소진:
동인천에서 진행되는 2인전에 어떤 신작이 전시되나요?

장연호:
 동인천 전시에서는 제 초기 신체 관련 작업들과 신작을 함께 선보이게 되었어요. 최근 작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자면, 로마의 신 바쿠스(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를 기리던 축제인 ‘바카날리아’와 ‘제주의 굿’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바카날리아 축제는 처음에는 여성들만의 비밀스러운 의례로 시작되었다가, 후에 남성들도 참여하면서 폭력적이고 성적으로 타락한 축제로 점점 변질되어 금지되었다고 해요. 제게 이 축제는 여성들이 사회적 금기에서 벗어나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술을 마시며 춤추고, 날것의 욕망을 표현할 수 있는 해방의 장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최근에 제주도를 오가며 굿을 촬영하고 있는데, 굿의 마지막에 모든 이들이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아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행복하게 춤추는 그 순간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거든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혼자 추는 춤(2024)’라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어요.

굿의 본질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모든 한과 시름을 덜어내고,
마지막에는 모두가 함께 즐겁게
춤추는 축제 말이에요.

이 작품은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했고,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바로 그 춤추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답니다.

바카날리아 레퍼런스 조사

제주굿의 춤추는 모습

혼자 추는 춤, 2024, 단채널 비디오

전주의 미술씬과
작가 생활

김소진:
어린 시절에는 전주에 사셨었잖아요. 고등학교까지 지내셨다고 하면, 유년 시절 그때의 전주와 현재의 전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장연호:
전주는 세월이 흘러도 그 본질을 잃지 않은 것 같아요. 개발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도시가 조금 더 깨끗해진 것 외에는 제가 기억하는 정겨운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변함없는 분위기가 참 좋아요. 제가 다녔던 전주여고 근처를 거닐다 보면, 모래내 시장 아주머니들이 알록달록한 파라솔 아래에서 조금씩 물건을 내놓고 판매하시는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어요. 이런 모습들이 제게는 고향의 따뜻한 감성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아요. 도시가 현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제가 간직한 옛 추억의 정서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껴져서 좋아요.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사람이 많잖아요. 지하철이나 길거리도 빽빽하고, 그런 점에서 전주는 상대적으로 더 여유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것들이 있어 좋습니다. 그래서 더 고향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전주에서 사진을 처음 시작했거든요.

김소진:
오! 전주에서 사진을 처음 시작하셨었군요? 어떻게 매료되신 건가요?

장연호:
전주는 저에게 처음 예술을 꿈꾸게 해준 도시라 더 특별해요. 원래는 중학교까지 미술 공부를 하다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왔어요. 교내 교지 편집부에 들어가게 됐는데, 중학교까지 미술을 했다고 하니 편집부 선배가 사진파트를 맡아보라는 제안을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자동카메라만 있던 시절이라서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혼자 도서관에서 사진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때 바바라 런던의 사진 개론 같은 책을 빌려 읽으며 조리개도 그려보고 혼자서 공부했었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러던 중 친구가 수동 카메라를 가지고 왔는데 그걸로 실습을 해보면서 사진에 더 매료된 거예요. 사진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씀드리니, 여름방학 때 바로 서울의 사진학원에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사남매 중 둘째인데, 한 번도 제가 뭘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크게 낸 적이 없었거든요. “엄마, 나 사진 공부하고 싶어!”라고 했더니, 엄마가 외삼촌 댁에서 지내면서 대학로에 있는 사진학원을 다니게 해주셨어요. 그곳에서 암실 작업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사진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거 어떻게 계속해 나갈 수 있지?”라는 고민이 생겼었어요.

전주에는 그 당시에 사진 학원이 없어서 찾아보니, 그 당시 직장인들이 다음 카페에 모여 사진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전주사진공방유’라는 이름의 동호회 였는데, 그곳에는 사진을 좋아하는 운영자 선생님이 계셨고, 전주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과 회사원들이 모여서 암실도 만들어 놓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주말마다 함께 가까운 전동성당이나 경기전으로 출사도 나가고 서로 모델이 되어 인물 사진도 찍었어요. 암실 작업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꿈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김소진:
그러니까 연호 님이 사진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전주여고 교지편집부 활동을 하시면서부터 군요?

장연호:
네, 맞아요. 전주여자고등학교 교지 편집부가 꽤 유명했거든요. 그리고 2학년 때 교지 편집부에서 제작한 교지가 전국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탄 적이 있어요. 그때 서울 어떤 신문사에 상을 받으러 갔던 기억이 나요. 저희 교지의 이름은 “거울”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을 거울에 담았다’는 커버 스토리로 거울의 반사효과를 통해서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냈고, 그 덕분에 대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몰래 읽다가 선생님한테 혼날 정도로 재미있는 교지였어요.(웃음)

김소진:
아니 근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더 전주 팔복예술공장에 입주해 계신 연호 님의 발자취가 더 도드라지게 돋보여요

장연호:
(웃음) 정말 20년 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해서 응모했더니 레지던시 입성에 성공했어요. 다시 전주에 오니 너무 편하고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서 정말 행복해요. 저는 원래 집순이라 작업도 집에서 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만 있거든요. 여기 팔복에는 전주문화재단 사무실이 함께 있어서 정말 다양한 행사가 자주 열려요. 레지던시에서 작업하고 있다가 한 번씩 소란스러워서 밖에 나갈 때마다 축제와 행사가 진행 되고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전주가 정말 잔잔하게 다이나믹해서 좋은 곳인 것 같아요.

김소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팔복예술공장에 레지던시로 입주하셨잖아요. 팔복은 사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 때문에, 면접이나 레지던시 생활에 있어 꿀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연호:
면접 꿀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선 전주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질문하더라고요. 저는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전주에서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제가 진행해 오던 작업과 앞으로 전주에서 할 작업이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 활동할 수 있는지, 계획한 작업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저는 전주에서 어떤 단체와 협업해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어떻게 그 단체를 섭외할 계획인가요?” 또는 “이 단체와의 연계가 안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같은 질문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주에 새로 생긴 전북여성가족재단이나 이 지역에서 진행된 여성 관련 연구들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준비하니 좋게 평가받았던 것 같아요. 지역 레지던시에 지원할 때는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아요. 팔복예술공장 면접을 볼 때는 전주라는 지역에서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자주 등장하니까,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 생각하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소진:
꿀팁 감사합니다. 팔복예술공장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업과 전주라는 지역을 어떻게 엮어서 차후에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지가 좀 더 디테일하게 계획되어야 합격할 확률이 높아질 것 같다는 말씀이군요!
연호님, 보통 휴식은 어떻게 취하시나요? 맛집도 좋고 전주에서 자주 찾는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장연호:

✦ 전주천
저의 최애 힐링 스팟입니다. 요즘은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헌 연구와 리서치하는 중이라 하루 종일 랩탑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데요, 얼마 전부터 머리와 뒷목이 뻐근하고 저릿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루에 한 번씩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해요. 작업실에서 5분~10분 거리에 전주천이 있거든요.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과 강가에 늘어져 흔들리는 수양버들잎, 계절마다 바뀌는 알록달록한 꽃들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거주하는 곳 근처에 공원과 자연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인 것 같아요.

전주 추천 스팟 약도

✦ 애정하는 전주의 맛집들
진미집, 오원집, 기찻길옆오막살이, 금암면옥, 금암소바, 남도소머리국밥, 일품향, 계수나무짬뽕, 육일식당, 함흥냉면, 새참국수(열무비빔국수), 자매갈비전골, 구프오프, 전주남부시장 노매딕 비어가든, 진테이블, 디드(커피), 평화와 평화, 노트릭, 브이엠에스 커피바, 미곡로스터리, 워커비, 샘샘커피

오원집 본점. 연탄불에 구운 돼지구이쌈과 김밥의 조화가 재밌다.
전주국제영화제 시즌에는 꽉차는 맛집이라고 하니 전주에 들린다면 추천!

전주에서
작업하기

김소진:
‘전주에서 미술 하기’ 주변 동료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장연호:
전주 미술계에서 아쉬운 지점은독립 큐레이터나 전시에 특화된 기획자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님께 여쭤보니 문화 기획, 즉 콘텐츠를 만들고 행사를 주최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미술계에서는 전문 기획자가 없어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또 지역 미술계 안에서 연령대가 높은 예술인의 카르텔이 심해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 같아요.

김소진:
전주 예술 생태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괜찮은 지점이 있다면?

장연호:
전주는 다양한 연령대에게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아요.

유아 예술 놀이터
팔복예술공장 내에 마련된 아동미술교육 공간.
프로그램 개발과 놀이에 완전히 활용할 수 있고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이 소소한 알바가 되기도 해요.

팔복예술대학
역시 팔복예술공장에서 운영중인 프로그램.
일반 전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신중년(만50세~만70세)를 위한 인문예술 전문 교육 프로그램도 1년에 두 학기씩 진행되고 있어요.

김소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팔복 예술공장뿐만 아니라 미술관을 어릴 때부터 편하게 자주 방문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공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면 아이들은 앞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문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교육적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장연호:
우리는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잖아요. 심지어 미술에서도 답을 정해두고 정답만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독일에서 사진 전시를 보러 갔던 경험을 떠올리면 상당히 대조되는 것 같아요. 그곳에서 다이안 아버스라는 유명한 사진작가의 전시를 관람했는데, 저와 함께 전시장에 입장했던 독일 커플이 제가 전시를 다 보고 나갈때까지 전시장 초입에서 작품을 보며 계속 토론하고 있더라구요.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태도를 보면서 이런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면 다양한 방향으로 읽힐 수 있고,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설렘을 느꼈던 기억이 남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작업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작품의 표면적인 부분만 보고 납작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릴 때부터 작품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가능성을 넓혀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서, 전주에서 젊은 예술가들과 아동교육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어린이들이 예술을 쉽고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소식이 정말 반가웠어요. 이런 시도들이 아이들의 예술적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김소진:
전주에서 작업하기를 원하는 새로운 미술인을 위해 현재 입주하고 계신 팔복예술공장을 포함해서 여러가지 좋은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연호님이 알고 계신 공간이나 창작 지원 사업 정보에 관하여 알려주세요.

장연호:

✦ 레지던시 팔복예술공장 @__palbok__art
2024년에 7기 입주작가 7명을 선발하는데 경쟁률이 19.8:1이었다고 해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 레지던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지역이든 작업실 임대료 걱정 없이 예술가들이 집중해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간절하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아요. 팔복예술공장이 위치한 팔복동은 원래 산업단지였고(지금도 공장이 많음) 지금 레지던시가 위치한 곳은 원래 카세트테이프 공장이었다고 해요. 팔복예술공장은 개인 작업 스튜디오 1실과 숙소를 제공해 줘요. 레지던시에는 7개의 개인 스튜디오와 공용 작업실, 공용 주방 및 세탁실, 공용 샤워실, 프린트 및 영상 작업실, 작품 보관실 등이 있어요. 숙소는 작업실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고, 남자 숙소와 여자 숙소가 나뉘어 있어요. 작업실의 전기세나 공과금은 지불하지 않지만, 숙소는 공간을 지원받고 전기세와 도시가스 요금, 관리비 등을 거주하는 작가분과 나눠서 내고 있어요. 레지던시 지원사항 중에 비평가 1:1 매칭 프로그램이 있는데, 원하는 비평가와 함께 상반기, 하반기 총 두 번의 만남을 갖고 결과보고 전시를 할 때 공개 비평을 진행합니다

✦ 전주문화재단 @jeonju_cultural_foundation
팔복예술공장은 전주문화재단 소속 레지던시에요. 그래서 팔복예술공장을 거점으로 1년 내내 전주문화재단에서 개최하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문화 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영화 포스터 전시하고, 불모지장(쓰레기 없는 비건 장터) 그리고 지금은 국제 그림책 도서전이 열리고 있어요. 작업실에 콕 들어앉아서 작업을 하다가 밖에 나가보면 언제 설치되었는지 다양한 부스가 쭉 늘어서 축제가 열리고 있기도 하고, 주말에는 옥상에서 뮤지컬이 열리거나 광장에서 클럽 공연이 개최되기도 해요. 전주문화재단 인스타그램과 팔복예술공장 인스타그램을 구독하시면 다양한 예술 지원프로그램을 확인 할 수 있어요. 전주 지역 시각예술 국내 교류 지원, 신진 예술가 지원사업, 전시 공간 지원사업 그리고 매년 탄소 예술기획전 작가도 공모해서 창작지원금도 준다고 해요.

✦ 예술인 완주 한달살기@stay_wanju
얼마 전에 아는 작가님이 완주군에서 진행하는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 프로젝트 결과 보고전에 다녀왔는데요. 행사가 열리는 곳에 찾아가려고 지도를 보다가 신기한 걸 발견했는데 완주군이 전주시보다 면적이 크고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경계 지어져있더라구요. 완주 한 달 살기는 공고가 날 때마다 매년 궁금했었는데 참여 예술인들의 프로그램 만족도도 매우 높고 실제로 한 달 살기가 끝나고 완주로 이주하는 작가분들도 다수 있다고 해요. 만약 귀촌에 관심이 있는 작가분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셔서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전주의 문화 예술 공간
지향집 @jihyang.zip
에보미디어레지던시 @evo_media_official
물결서사 @mull296
전주책쾌 @jj.bookfair
서학동사진미술관 @seohakdong_gallery
국립무형유산원 @nihc2014
교동미술관 @gyodongart
우진문화공간 @woojin7223
사용자공유공간 PlanC @planc_common_space_for_user

김소진:
전주에서 작업하기를 원하는 미술인들을 위해 연호님이 입주하고 계신 레지던시와 지원 사업에 대해 공유해 주세요!

장연호:
저는 레지던시를 통해 전주에서 작업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훨씬 수월했던것 같아요. 레지던시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작가들과 함께 이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셨기에, 풍성한 정보 교류와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혹시 전주에서의 작가 생활을 고민 중이시라면, 주저하지 마시고 레지던시 지원프로그램에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주 지역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예술인파견지원 프로그램같은 경우는 대체로 전주에서 대학을 졸업했거나, 지원 시기에 전주에 주소지가 있거나, 1년 이상 거주했다는 등의 자격 요건이 있어요. 그래서 장기적인 지역 활동을 위해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미리 계획을 세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게 솔직히 좀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주에 와서 활동하다 보니, 오히려 제 활동 반경이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걸 경험하게 되었어요. 서울이든 인천이든 제주도든, 어느 지역에서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작업할 수 있는 노마드 예술가로서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거죠.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인사이트의 깊이가 달라요.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고,
다양한 지역과의 연결은 삶의 시야를 넓혀줘요.
지방에서의 예술 활동을 단순히 ‘수도권 대체’로 여기기보다는,
삶의 특별한 기회로 생각하고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